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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빠 이야기

4. 엄빠의 시작

어쩔 수 없는 이별로 엄빠로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해야 하지만 전부는 아니겠지만 여자로서 엄마로서 주로 해온 일은 대부분은 집안에서 가족을 위해 땀 흘리며 음식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애들 방 정리해주고 철마다 남편 옷, 애들 옷 정리해서 마련해 두어야 하는 등 가족들 뒷바라지하는 일이 대부분이었고 이제는 경제적인 부분도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 새롭게 다가온다.

 

가족을 챙기면서 자녀들이 커가면서 그동안 쌓아왔던 경력도 단절이 되어 사회에서 다시 나를 채용해 줄지도 모르겠고 어떤 일을 해야 경제적으로 자식들과 함께 살아가는데 힘이 조금이라도 덜 들까 생각도 해보지만 옛날보다 더 치열해진 사회는 사회적 감이 떨어진 여자를 쉽게 받아줄 곳도 없고 받아준다고 해도 사회 초년생처럼 환영하는 자리는 아닐 것 같다. 하지만 어떤 일이라도 하지 않으면 당장 오늘부터 먹고 살아가기가 쉽지 않으므로 어떻게 하든 일을 해야 하는 재취업 준비자로서 절실하게 남겨지게 되었다. 

 

이제는 방과 후에 집에 오는 자녀들을 위해 간식을 해 놓고 기다릴 수 있을지, 저녁 시간에 맞춰 집에 들어가 자녀들과 오순도순 따뜻한 밥을 같이 먹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창업이라도 할 생각에 이것저것 알아보지만 얼마 남지 않은 통장의 잔고에 혹시나 창업자금으로 투자해서 잘 되지 않기라도 한다면 앞으로 자녀들을 키우는데 들어갈 학비며 생활비에 걱정도 많아 섣불리 모험을 하기에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리고 사람마다 다르지만 엄마로서 경력 단절자로서 살아온 생활이 길어서 창업 아이템도 한정적이라 새로운 도전에 망설여지는 것은 당연하다. 

남자로서 아빠로서 가족을 위해 주로 해온 것이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졌다고 한다면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과 자녀들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일들에 대해서는 생소한 부분들이 많다. 아침에 일어나서 차려진 아침밥을 먹고 출근해서 퇴근 전 회식에 술 한잔하고 가족들을 위해 힘들게 돈을 번다고 주말에는 쉬어야 한다고 하는 생활은 이제 끝이다. 할 수가 없게 되었다. 남겨진 현실은 가족을 위해 아침을 차려야 하고, 학교 갈 녀석들도 챙겨줘야 하고, 설거지도 해야 하고, 주말에는 애들 방 정리도 해주어야 하고 철마다 애들 옷도 정리해서 마련해야 하고, 집안 구석구석 청소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녀로서 본다면 방과 후에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서는 아이들은 한창 클 나이에 집에서 간식을 챙겨주는 어른이 없다 보니 혼자서 배고픔을 해결해야 한다. 간식으로 준비된 것이 있다면 냉장고를 열어 찾아 먹든지 아니면 집안에 놓여있는 간식거리들을 찾아서 먹어야 한다. 간식도 아이들이 맘에 들면 먹고, 귀찮거나 좋아하는 것이 아니면 먹지 않고 본인들 입맛에 당기는 음식들만 찾아 먹는다. 때로는 배고파서 먹는 음식이 되다 보니 간식으로 먹어야 할 양을 조절하지 못해 저녁을 먹기에 부담이 될 만큼 먹기도 하고, 달고 짠 음식에 점점 익숙해져 간다. 저녁 시간을 넘겨 급하게 퇴근을 하는 엄빠는 가족과 저녁을 맛있게 먹어야지 하는 기대감보다 오늘은 또 어떻게 한 끼 넘어가나? 어떻게 저녁을 때울까? 그런 생각으로 이어진다. 

 

아빠로서 엄빠가 되어 가족을 돌봐야 하는 경우, 사춘기 여자 아이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어떤 얘기를 해줘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고민이 많은것 같다. 그런 면에서 보면 자녀들과의 갈등은 남자아이들만 기르는 집보다 더 심할 수도 있다. 반대로 엄마로서 남자아이가 있을 경우, 아빠로서 접근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어떤 얘기를 해줘야 하는지 몰라서 어려운 경험을 할 수도 있는 것 같다.

 

 부모의 손길이 절실하게 필요한 어린 나이의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또 다른 어려움 속으로 들어간다. 하루 종일 먹고살아야 하는 일에 퇴근하고 돌아와 지친 육체적 피로에  혼자서 아이를 씻기고, 밥 챙겨 먹이고, 옷 갈아 입히고, 잠자는 것 까지... 중간중간 일어나는 아이의 고집과 투정에 벌어지는 일들은 엄빠로서 견디기도 힘들고, 아이의 끝없는 질문에 하나하나 대꾸할 여유도 없고, 혹시나 이렇게 밉고 얄밉던 아이가 아프기라도 해서 열이 심하거나, 먹지를 못하거나, 아파서 누워 있는 것을 보면 엄빠로서 몸과 마음이 지쳐 있음에도 불구하고 밤새 아픈 아이 옆에서 보살펴야 하는 마음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상상하기가 힘들 것이다.

 

엄빠인 자체가 서글프기도 하고, 애들이 밉다가도 불쌍하기도 하고, 혼자서 경제적인 것도 책임져야 하고, 가정 살림도 해야 하고, 아이의 투정도 받아줘야 하고, 이 모든 것에 어떻게 균형을 맞춰야 하나 술로서 울음으로써 마음을 달래는 날들이 길어질 수도 있다.

 

주말이 되면 남들처럼 아이들 손잡고 놀이공원도 가고 싶기도 하고, 여행도 떠나고 싶기도 한데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기도 하고 마음의 여유도 없고, 간혹 혼자서 자녀를 챙기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용기 잃은 엄빠들은 그냥 집에서 자녀들에게 미암함으로 고개를 숙이는 날도 많을 것같다.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친구들과 사소한 갈등으로 싸우기라도 한다면 다른 집은 자녀의 엄마 아빠가 나타나서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데 홀 부모 가정은 혼자서 부모를 대표해서 해보려 하지만 맘대로 되지도 않을 수 있고 때로는 사회적 약자로서 더 악착같은 사람으로 변해 버리게 만들기도 하고, 엄마가 주가 되어 모임이 있는 아이들 학부모 모임에 참석해서 의견을 나눈다며 아빠로서 이런 곳에 끼어들기가 쉽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엄빠는 혼자인 것이다. 가끔씩 드는 혼자된 자유로움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도 맘대로 할 수도 있고, 사소한 일로 부부 싸움할 일도 없어졌을 수 있다.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도 본의 아니게 훨씬 많아졌다. 그러나 엄빠에게 주어진 자유로움은 부부로서 긴장을 유지할 때 주어져야 휴가처럼 달콤하게 느껴지지 제어 없는 자유로움은 더 이상 매력적인 것이 아닌 것 같다.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도 커가는 사춘기 아이들은 부모와 같이 지내지도 않고 친구들과 밖으로 돌기 때문에 집안에서 외톨이로 지내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자녀들이 모두 독립이라도 해서 나가기라도 한다면 진짜 독거노인이 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가사 도우미를 통해 집안일이나 부엌일 등에 도움을 받을 수 있겠고, 아들이나 딸이 혼자되어 사는 게 안타까워 젊은 나이에 혼자된 자식이 불쌍하다고 여기시는 부모님이 계신 경우에는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 모두가 그런 혜택을 받지는 못할 것이다.  

 

온전한 가정에서 지낼 때 전혀 생각해 보지 않을 일들의 연속은 엄빠로서 순간순간 당황하게 만드는데 모두가 겪지 않아도 될 일을 왜 나만 겪어야 하는지 절대로 즐겁지 않은 순간들 이기도 하다. 엄빠로 산다는 것,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나 아니면 가족을 책임질 사람이 없다. 그냥 맨땅에 헤딩하듯이 시작해야 하고, 하다 보면 요령도 늘기도 한다. 보통은 TV나 유튜브에 나오는 살림 하는 법, 요리하는 법, 빨래 정리하는 방법 등을 보면서 좋은 방법을 배운 듯 무릎을 치기도 하고. 

 

다들 엄빠로서 지혜롭게 사는 방법을 실행중이시겠지만 그중에 일상적인 일중에서 내가 하는 방법을 자녀들에게도 알려 주어 집안일에 있어서 서로가 가족으로서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도록 해야 하는 것이 있는 것 같다. 사람들 마다 다르겠지만 본인이 생각하기에 자녀가 집안일을 도울 충분한 나이라고 생각이 든다면 자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당연한 것 같다. 주변의 다른 분들에게 상담자로서의 역할을 부탁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 내가 해보지 않은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 처음 해보는 일은 주위 분들이나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어서 하고 계실 것이다. 장기적으로 생각해 보더라도 주변의 도움을 받아 빠른 시간에 익숙하지 않은 일들로부터 익숙해져 내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이 엄빠인 본인이나 자녀들에게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더 건강해질 수 있을 것 같다.   

 

다들 아시겠지만 먹고 살아가기 위한 접근으로 본다면 엄빠로서 취업 전쟁에 뛰어든 사람들은 무조건 취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기 전에 내가 어떤 종류의 일을 잘할 수 있을지 판단을 해야 할 것 같다. 그 일이면 내가 자녀를 기르고 먹고사는데 문제가 없는지도 파악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내가 어떤 상태인지를 확인해야 할 것 같다. 예를 들어 내가 가지고 있는 총자산은 얼마인지를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 항목 별로 조목조목 빠짐없이 정리를 하고 우리 가족이 한 달 생활하는데 얼마가 드는지 항목 별로 총지출 비용을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 장을 한 달에 몇 번을 보는지, 한 번에 얼마나 사는지, 용돈은 얼마를 사용하는지, 각종 세금은 얼마를 내고 있는지 등을 매일매일 사용되는 지출을 정리하여 기본적으로 한 달을 생활하는데 얼마가 들어가는지를 파악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줄일 수 있는 부분이 더 없는지도 파악해야 할 것 같다. 지금 가지고 있는 금액으로 내가 얼마만큼 버틸 수 있을지도 알고 있어야 할 것 같다.

 

                                                            현금화된 총금액 + 한 달 지출 총액 = 수입 없이 버틸 수 있는 기간  

 

그러면 취업 준비를 하는 동안, 내가 얼마 동안 버틸 수 있는지 계산이 될 듯하다. 그러는 동시에 한 달 생활비 정도의 금액을 최소한의 수입으로 하는 직업이면 풍족하게 사고 싶은 것 사면서 살지는 못해도 가고 싶은 여행 맘대로 가지는 못해도 자녀들과 먹고살 수 있는 방법이 나올 것 같다. 최소한 그 수입액을 목표로 직업을 잡도록 접근해야 할 듯하다. 아니면 지금의 지출을 더 줄여서 직업을 맞출 수밖에 없다. 우선은 자녀들과 먹고살 수 있을 만큼 만들어 놔야 엄빠인 본인 스스로에게 여유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여유가 없으면 힘이 들어도 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쉴 수가 없으면 금방 지치게 되어 가족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을 것이다.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본인이 다시 멋진 옛날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대로 주저앉아서 늙기에는 인생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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