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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빠 이야기

13. 이기적인 사랑

엄빠들은 가슴에 말할  없는 아픈 상처를 품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 안으로는 먼저 헤어진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을 두고 있고 외적으로는 무엇인가 새로운 사랑 대한, 새로운 가정 대한 꿈을 다시 찾아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공존하는 가운데 혼란을 겪기도 하는 것 같. 엄빠로서 살아가기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쉬운 일이 아닌 것은 사실이다. 아직 많이 남은 개인적인 삶의 여정에 나의 청춘을 이대로 외롭게 혼자서 보내야 하나 하는 생각과 함께 새로운 사랑의 필요성을 생각하다가도 먼저 헤어진 사람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다시 맘을 접기도 하는 것 같. 아마도 이런 생각은 누구나 가져본 마음일 것 같다. 

현실적으로는 먹고 살아가는 문제, 자녀들 문제 등으로 고민도 많고 복잡해지는 생각에 머리를 저어보다가도 때로는 혼자서 책상에 앉아 얼굴을 한쪽으로 기울여 왼손으로 턱을 괴고 새로운 사랑에 대한 생각도 해보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인 것 같다. 우선은 건강했으면 좋겠고,  생겼으면 좋겠고, 예뻤으면 좋겠고, 나에게 다정 다감했으면 좋겠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고, 나의 아픈 지난날들을  이해해주고  보듬어 주었으면 좋겠고, 나를 많이 사랑해줬으면 좋겠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우리 애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부모로서의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고, 결국엔 아주 행복한 상상을 하며 다시 행복한 사랑과 행복한 가정으로 돌아가 꿈꿨던 것처럼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얼굴에 미소를 짓는다. 과연 그럴까? 과연 그럴  있을까? 다시 돌아갈  있을까?  생각의 끝은 "아니다"이다.  얼마나 이기적인 생각인가? 그렇게 경제적으로 여유 있고  생기고 예쁘고 다정다감하고 이해력 있고 완전 드라마에 나오는 사람인데,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그런 사람은  젊고 더 아름답고 건장한 초혼인 사람을 찾거나 나보다 조건이 좋은 사람을 찾아갈 것이고 그런 사람들과   어울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보면 현재의 나를 만든 것은 ,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들은, 내가 서있는 지금의 나는, 아이들이 이렇게까지  자라준 것은,  혼자서 쌓아 올린 영광의 탑이 아니다.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  가족,  오랜 시간 아주 작은 노력들이 하나하나 모여져서 우리 가족만의 방식으로 알콩달콩 쌓아온 탑이 시간이 지나서 지금의 모습으로 되었던 것이다. 그런 과정들은 생략하고  기억의 마지막 장면에서 멈춰있던 곳에서 주연 배우를 바꿔 다시 드라마를 시작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어색할 것 은 당연하다. 누가 보더라도 이해가 안 가는 장면일 것이다. 다른 곳에서 다른 재료로 다른 방식으로 탑을 쌓았던 사람이 인수인계도 없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같이 돌을 쌓을  있단 말인가? 그런 것은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만이  수 있는 것이다. 혹시나 아주 우연히 운명적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환경이나 생각이 비슷해서 진짜로 비슷하게 탑을 쌓을  있는 사람도 있을  있지만 그런 사람을 만난다는  또한 엄청나게  행운이며 정말 깊은 인연이 아니면 안 될 일 있은 것은 분명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서로를 알아갈 시간이 필요하고 배울 시간이 필요하고 새로운 돌과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방식으로 탑을 쌓는 것이  좋을  있겠다는 열린 마음이 없으면, 지금까지 살아왔던 각자의 방식으로 돌을 쌓으려  것이고 그러면 돌을 쌓을 때마다 서로의 방식이 달라 부딪힐 것이고 시간도 아주 오래 걸릴 것이다. 내가 지금 당장 필요해서 긴급하게 구하면, 반대로 필요한 것이  채워지거나 없어지면 버리기 쉬워지는 게 세상의 이치 아니겠는가? 시기적으로 본다면 내가 필요한 것이 적을  새로운 사랑을 찾으려 나선다면 그래도 나에게 가장 공통점이 많은 사랑을 찾을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필요한 것이 적으면 기대도 크지 않을 것이고 그냥 그대로 서로를 받아들여 사는 것이, 서로를 도우며 사는 것이 행복일 테니까 말이다. 꼭 우리의 성을 쌓아야 하니 오늘부터 여기에서 무조건 성을  세요 하는  말고, 새로운 사람은 성을 쌓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돕고 싶으면 새로운 사람이 잘하는 밖의 정원을 꾸며 준다든지, 집안의 가구를 새로 만들어 준다든지, 하고 싶어 하는 , 잘하는 일을 맡기는  말이다. 현재는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같이 일하는  자체가 즐거울  있다고 하는 열린 마음으로 사람을 맞이한다면  마음에 조금의 여유가 생길 것 같다. 마음의 여유와 함께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최소한 나만의 이기적인 마음을 줄여야 나에게 가장 맞는 사람을 만날  있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각자가 살아온  삶에 충격이 적은 새로운 기회를 얻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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