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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빠 이야기

11. 경의와 기억

좋은 기억으로 본다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사랑하는 사람이 친구를 만나러 잠시 외출을 한. 아이들은 내가 보고 있을 테니  다녀오라고 보낸다. 아이들과도 나 없이도 잘 지내라고 포옹을 하고 집을 나선다. 친구들을 만나러 나간  이제  년이 지났다. 

사별한 사람들은 매년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보낸 날이 돌아온다. 먼저 떠난 사람에 대한 경의와 기억을 표하는 것은 동서양이 같은  같다. 사람으로  세상에 태어나 살아간 것에 대한 자국이 하나도 없다면, 기억하는 사람이  명도 없다면 얼마나 서글픈 일일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프다. 당연히 누군가는 멋있는 사람이었고, 따뜻한 사람이었고, 사랑스러운 남편이었고, 예쁜 아내였다라고 기억을  준다는 것은  사람에 대한 존중이고 또한 나중에 누군가가 나를 그렇게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기도  것이다. 사람들에게 기억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사라지기 마련이다. 인류애 적으로 본받아야  사람이거나 시대에  획을 그은 일을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해 변하지 않는 돌이나 금속으로 동상을 세우는  또한 그 사람이  일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무리하게 꼬여 생각을 해본다면, 때론 우리가 하는 무의식적인 행동들이 어떻게 생각하면 나를 기억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보기도 한다. 사람들을 만나 얘기하고 예쁘게 보이고 싶어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나를 기억할  있도록 하기 위해 하는 행동들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우리 주위를 보면 어떤 사람들은 표현하는 방법들이 서툴러서 괴팍하게 징그럽게 표현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싫어하는 모습들로 표현하고 있지만, 그런 모습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스스로를 기억하게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매년 사별자들은 먼저 떠난 사람을 기억해야 하는 날을 맞이한다. 유교적인 전통에서 우리는 보통 음식을 만들어 상을 차리고 제사를 지낸다. 개인적으로 본다면 제사 역시 먼저 가신 분이 좋아했던 음식을 해놓거나 같이 나눠 먹을  있는 음식을 마련해 놓음으로써 먼저 가신 분을 기억하려고 하는 행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일 년에 한 번 흩어져 있던 가족이 마주 앉아 사랑했던 가족 기억하려 하는 방법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교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제사를 지내는 행위로 기억을 하려 하고 기독교적 관점으로 본다면 기도를 하는 기회를 통해서 기억을 하려  것이다. 기억한다는  자체에 의미를 둔다면, 먼저 떠난 사람을 위해 아니면 본인의 편안한 마음을 위해 어떤 방법을 통하든 상관없을  같다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먼저 떠난 사람을 기억하려 하는 것 같다. 서양에서는 우선 먼저 떠난 사람이 좋아했던 꽃을 사다가 놓고, 좋아했던 음악을 틀어 놓고, 좋아했던 음식을 가족들과 같이  먹고, 사랑했던 가족을 잃어버리지 않으려 좋았던 기억을 글로도 써보고, 밤새 촛불을 켜서 따뜻한 마음을 빛과 함께 기억하기도 한다고 한다. 자녀들과 같이 옛날 사진도 보고, 즐거웠던 시절을 회상하기도 하고 예전에 찍어놓은 비디오를 틀어 보면서 즐거웠던 시절을 기억하려 노력하기도 한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이 한다고 의미 없이 따라 하지 않아도  것 같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억하려고 하는 방법은 사람들 마다 다를  있는  같다. 기억하려 하는 의미에서 본다면 남들이 그렇게 하는 거라고 무의식적으로 따라 하는 행위보다는 우리 가족만의 방법으로 기억할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사랑했던 가족을 잊지 않는 좋은 방법 일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사소한 방법이라도 사랑했던 가족을 기억하는 준비를 자녀들과 같이 하고, 기억할  있도록 잊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족을 먼저 보낸 사람으로서 먼저  사람에 대한 예를 다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것이 먼저  사람에 대해서 우리가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좋은 기억, 좋지 않은 기억, 기억하고 싶은 기억,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 등 여러 가지 기억을 머릿속에 저장해 놓고 있다. 모두가 같은 상황을 겪더라도  상황에 대한 기억을  같이 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억  아픈 기억만을 너무 고집스럽게 지우지 않으려 애쓰지 말았으면 한다. 오히려 즐거웠고 행복했고 자랑스러웠던 기억만을 생각함으로써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인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우리 가족만의 좋은 기억에 대해 부각을 하고 최면을 걸며 기억하는 것이 먼저  사람이 원하는 기억일 수도 있다. 좋은 기억은 버려두고 마지막 헤어진 순간만을 고집하며 기억하려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했던 우리 만의 기억인데  마지막 순간의 기억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우리 가족의 마지막  특별한 순간의 기억은 존중해 주고 모두가 알 수 있는 즐거웠고 행복했던 기억을 머릿속에 남긴다면 우리 자녀들에게도 좋은 시간이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들은 우리의 머리에서 조금씩 사라져  것이다. 그리고 사랑했던 사람을 기억하려고 하는 생각의 횟수도 줄어드는 게 자연의 섭리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보면 매년 돌아오는 특별한 날에는 가족만의 즐거운 기억을 많이 나누는 것이 오랫동안 기억할  있는 방법이기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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